9회말 2아웃. 점수는 4대3. 투수가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우리 팀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행여나 역전패를 당한다면 반대로 우승을 내줘야 한다. 방금 전 상대팀의 미친 3번 타자 김횬수가 2루타를 치고 나가는 바람에 이사 주자이루가 된 상황. 우리 팀은 모두 말은 않지만 공 하나하나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풀카운트. 이번 공은 제대로 꽂아야 한다. 아, 근데 사실 내가 투수는 아니다. 나는 외야의 한편을 책임지는 우익수. 타석의 이승욥이 장거리 타자이기 때문에 담장 가까이로 수비 시프트를 하고 있다. 솔직히 아무도 공이 자기 쪽으로 오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혹시라도 담장 가까운 장타가 온다면 내 멋진 캐치로 경기를 마무리 짓고 말리라.
쳤다, 파울이다. 온몸의 피가 솟구쳤다가 느슨해진다. 아주 미칠 지경이군. 가끔은 이런 긴장감도 나쁘지 않다. 이승욥이 다시 타석에 들어선다. 투수가 팔을 뻗어 힘차게 공을 내리 꽂는다. 과감한 직구 승부. 이승욥의 눈이 반짝 빛나면서 배트가 크게 돌아간다. 깡. 이런 외야로 온다. 하필이면 공이 내 방향으로 출발했다. 내 담장 위로 뛰어서라도 잡는다. 방향을 예측하고 난 이미 공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와라. 와라. 그런데 공이 바람을 타고 계속 뻗는다. 어, 크다. 그때 참 신비롭게도 긴박하게 움직이는 나의 머릿속에 오늘 아침 잊고 밥을 주지 않은 뽀삐가 잠시 생각났다. 배고파서 나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나는 따라가기를 멈춘다. 공은 담장을 아주 크게 넘어갔다. 대형 홈런이다. 관중들의 환호와 함께 이승욥은 유유히 그라운드를 돈다. 내일 뽀삐 맛있는 거나 사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