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이말년 애독자 이벤트 16위 수상 대작 :: 2010/07/20 17:42
결국 이빨로 뜯어 열은 이야기 :: 2010/07/14 13:51
소설 속의 주인공이 와인을 마셨다. 나도 왠지 알코올이 마시고 싶어서 가까운 슈퍼에 갔다. 가서 한번도 안 마셔본 병맥을 한 팩 사서 종이 봉지에 들고 어둑어둑한 저녁의 길을 슬슬 걸어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매번 그랬듯이 병따개가 없다는 것이 생각났다. 아 또 까먹고 안 샀네.
얼마 전에 뉴욕을 갈 일이 있었다. 촌놈이 뉴욕을 가게 되다니 경사. 자투리 시간을 내서 뉴욕 시내의 공원이랑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같은 것들을 죽 둘러보다가 왠지 이 순간을 소소하게 기념할 기념품을 하나 사가야 할 것 같아서 선물샵에 들렀다.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것을 보기만 했던 I♥NY 티셔츠도 있고 뭐 아주그냥 많았다. 대단한 것을 사기는 싫어서 간단한 것들을 둘러보다가 눈에 띈 것이 I♥NY 병따개. 별거 아닌데 자꾸 까먹고 안 사던 녀석이니 딱 좋을 거 같아서 사 들고 뉴욕 여행을 마쳤다.
그런데 니미럴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다가 병따개가 문제가 되었다. 공항 검색 대에 가방을 올려놓았는데 그 병따개에 같이 붙어있던 칼을 보고는 공항 직원이 이 물품은 압수해야 된다고 말하는 것. 내가 기념품을 병따개랑 트럼프 카드 요렇게 뭐 두 가지만 샀어도 들 억울했을 것인데 하필이면 그 쪼끄만 거 달랑 하나 기념품이라고 산 거를 굳이 압수하겠다고 참나. 어쨌든 방법이 없어서 망연하게 입 벌리고 잠시 서있다가 내 말 알아들었냐는 말에 그거 꼭 가져가야 되냐고 아무 의미 없이 한번 묻고는 그냥 비행기를 탔다. 비 오는 쓸쓸한 뉴욕에서의 기억은 그렇게 오로지 기억만 남게 되었다. 그 소소한 기념품 하나 챙기치 못한 채.
병따개를 안산 것을 생각해낸 지점이 하필 집에 반쯤 왔을 때였다. 돌아가기는 귀찮고. 그 때 문득 뉴욕에서 빼앗긴 병따개 생각이 났다. 잠깐 헛웃음이 나왔다. I♥NY.






